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날 아침마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 적 없으신가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뉴스에서 학교폭력 기사가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참교육을 보기 시작했을 때,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제 안에 쌓여 있던 무언가를 건드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학교폭력, 뉴스로만 보던 것이 얼마나 가까운 이야기인가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그게 얼마나 안이한 생각인지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즈음부터 저는 학부모 모임에 빠짐없이 나갔습니다.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귀는지, 혹시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직접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은 없었지만, 뉴스 하나 볼 때마다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반복해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응답률이 1.9%로, 전체 학생 중 약 6만 명 이상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출처: 교육부). 이 숫자를 보면 '남의 일'이라고 넘길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 참교육은 이 불안감의 출발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특수부대 출신 감독관 나화진의 약혼자인 교사 최가윤이 학생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해 학생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해 형사 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처분을 받는 청소년)에 준하는 미성년자 신분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참작받아 단기 2년, 장기 4년형을 선고받습니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이 판결은 모욕이나 다름없었고,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정말 답답해서 채널을 끄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교권침해, 선생님이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현실
교권침해(교사의 교육 활동을 방해하거나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너무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쉽게 말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고소·고발로 위협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저는 지인 교사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문제 학생의 행동을 제지했다가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뻔했다고요. 그 이후로는 그냥 모른 척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2022년 교권침해 실태 보고에 따르면 교원 10명 중 7명이 교권침해를 경험했으며, 학부모에 의한 피해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 수치가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제가 들은 지인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교권국)이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입니다. 국가가 특수 감독관을 학교에 파견해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발상은 현실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판타지 같은 설정이 오히려 더 크게 와닿는 이유는, 그 뒤에 묘사된 현실이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학부모 고소를 두려워해 학생 지도를 포기하는 장면, 학교가 학교폭력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장면, 이런 것들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들에서는 시청자로서 공감이 먼저 오고 분노가 따라왔습니다.
참교육 사이다 결말, 통쾌함 뒤에 남는 질문들
참교육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의외의 곳에 있었습니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촘촘하게 짜인 스케줄을 강요하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집중력 유지가 어렵고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신경발달 장애)에 도움이 된다며 미승인 약물을 먹여가며 공부를 시키는 학부모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미승인 약물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않은 성분의 의약품을 의미합니다. 이 학부모가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응징을 당하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더 통쾌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장면이 제일 크게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가 다루는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권력형 학교폭력과 가해자 부모의 비리 은폐
- 교사 대상 학부모 갑질과 교권침해
- 학교 내 불법 과외 및 입시 비리
- 온라인 도박과 약물 유통 문제
- SNS를 이용한 사이버폭력
이 목록을 보면서 저도 새삼 놀랐습니다. 단순한 응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교가 무너지는 경로를 꽤 촘촘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왜 학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가', '피해자는 왜 항상 도망가는 쪽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화면 뒤에서 계속 들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시원하게 때리고 끝나는 드라마일 줄 알았으니까요.
아쉬운 점과 그럼에도 볼 만한 이유
일부에서는 교사가 폭력을 사용해 학생을 제압하는 장면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부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드라마에서 폭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는 구조에 대한 좌절감을 시각화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주인공 나화진이 복수심을 억누르고 감독관으로서의 선을 지키려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연 캐릭터 임한림과 봉근대의 러브라인은 극의 흐름을 살짝 끊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갑자기 감정선이 삽입되면서 몰입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전체 몰입도를 깨뜨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드라마 전반의 완성도를 냉정하게 보면 대사가 설명적이거나 상황이 다소 만화적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분노와 무력감을 드라마 안에서 대신 처리해 주는 카타르시스(억눌린 감정이 극적 체험을 통해 해소되는 심리적 정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카타르시스가 단순한 쾌감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아이의 부모로서, 한 명의 어른으로서,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제가 느낀 건 통쾌함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결국 드라마 속 교권국처럼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이 필요하다면 참교육을 추천합니다. 단, 마시고 나서 그 뒷맛까지 천천히 음미해 보시길 권합니다.